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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세종에 살리라…‘나성리의 형제들’
세종매일  |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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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5  16: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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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북으로 향하다 부용산 자락에 이르자

“서남에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자”

홍익의 정신으로 방향을 바꾸어 장남평야를 적시며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집을 짓고 살더니 홍수를 막겠다며 토성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나성고개 나성재 등으로 부르며 금강에 오가더니 한자를 빌려다 나성(羅城)으로 표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그곳에 고려의 충신 임난수의 덕을 기리는 독락정이 금강을 내려다본다.

옛날에는 충청남도의 문화재였으나, 2012년 7월 1일에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에 따라 지금은 세종특별자치시의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되었다.

옛날 어느 땐가, 독락정이 세워지기 훨씬 이전인 옛날에, 사람들이 흙으로 토성을 쌓고 살던 때였다. 햇볕이 따뜻하고 달빛이 고울 뿐만 아니라 별빛도 맑아,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살기 좋다고 모여들었다.

산에서는 토끼와 노루가 뛰어다니고 들에는 꽃들이 폈다가 지면서 열매를 맺는다.

동토가 녹는 봄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매다보면 여름이 가고 추수의 가을이 온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거두어 떡을 만들고 술을 빚어, 신에게 바치고, 나누어 먹고 마시며 춤을 춘다. 더없이 행복했다.

그런데 부족한 것이 없으면 행복하다고 짜증을 내는 것이 인간인지라, 심술을 부리는 사람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행복에 젖어 사는 자도 있었다. 웃말의 옥동이었다. 옥동이는 부부의 금실까지 좋아 칠남매를 두었는데, 동기간의 우애까지 좋았다. 맛있는 것은 나누어 먹고 어려운 일은 같이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인근 사람들은

“저 집 딸을 며느리로 맞이했으면 좋겠다.”
“저 집 아들을 사위로 보고 싶다.”

서로 인연을 맺으려 했다. 어찌나 행복하게 사는지 신들이 시샘을 낼 정도였다.
 
“얼마나 우애가 좋은지 시험해 보아야겠다.”

이간질 시켜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동방의 ‘족발신’이

“큰 아들이 마누라만 좋아한다네.”

없는 말을 퍼트렸다. 그러면 다들 화낼 줄 알았다. 그런데 동기들은

“귀하고 귀하신 형수를 모셨으니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형수를 더 극진히 모셨다. 나중에는 서방의 ‘흑선풍’이 먹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며

“막둥이가 형들보다 힘이 세다고 자랑한다네.”

씨름대회에서 연속해서 황소를 타대는 막둥이가 형들을 우습게 본다는 헛소문을 퍼트렸다. 동기간을 비교하여 서로 시샘하고 질투하게 했다. 그런데 남매들은

“막둥이야말로 가문의 자랑이다.”

시기는커녕 막둥이가 자랑스럽다며 어깨를 들썩였다. 서방신도 이간질 시키는 일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몰고 다니는 남방신이 구름에 싣고 온 오물을 뿌려대며

“일곱 남매가 역병을 일으킨다네.”

칠남매 때문에 역병이 파질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그러자

큰 언니는 우물가를 쓸고
둘째언니는 부엌을 치우고
막내는 마루를 닦아내고
맏이는 물웅덩이를 치우고
둘째는 골목에 황토를 뿌리고
셋째는 측간을 쓸어내고
막둥이는 마당에 물을 뿌린다

일곱 남매가 비와 걸레를 들고 지저분한 것은 쓸어내고 더러운 것은 닦아내고 습기 진 곳에는 흙을 뿌려 냄새나는 곳이 없도록 했다.

“에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남매들이다.”

서로 협조하며 역병이 침범할 수 없게 했다. 남방신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며 돌아갔다.

그러자 북녘신이 북풍으로 눈보라를 몰고 돌아다니며 사방에 뿌려댄다. 거센 눈보라로 마을사람들은 방에 갇혀서 지내야 했다. 그러자 막둥이가 눈가래를 밀고 돌아다니며

“추위에 안녕들 하십니까.”

문안인사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쉬지 않고 눈이 내리고 바람도 불었지만 막둥이도 지치지 않고 눈가래를 밀고 다닌다. 나중에는 다른 남매들도 눈가래질을 한다.

그런 동기간의 우애와 끈기에 감동했는지 구름 뒤에 숨었던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바람이 잦고 눈이 멈추더니, 지붕 위의 눈이 녹아내리고 사람들이 뛰쳐나오며

“일곱 남매가 봄을 부르는구나.”

소리치는데, 진짜로 봄이 오는지, 금강변의 나리재에 햇볕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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